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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방광암 0기 진단, 가족에게 알리기

by GET OVER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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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0기 진단

🫂 가족에게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안녕하세요. 저는 1987년생, 아직 한창 활동적인 30대 초중반의 방광암 환자입니다.
방광암 0기 진단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질문은 바로
‘이걸 가족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지?’였습니다.
진단서의 차가운 글자가 눈앞에서 맴돌았고, 그 사실을 말로 꺼내는 일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의외로 많은 암 환우분들이 가족에게 진단 사실을 알리는 순간이 가장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기적인 고민이나 삶의 변화보다, '병명'이라는 단어 자체를 꺼내는 게 두려웠습니다.
부모님의 눈에서 슬픔이나 충격을 보게 될까, 혹은 큰 걱정을 안겨드릴까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 부모님에게 말하는 순간, 그 무거운 침묵

가족 중 가장 먼저 알린 분은 아버지였습니다.
평소 차분하고 큰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시는 분이셨기에,
“아빠, 방광암 초기래요.”라고 던진 그 말이 얼마나 무겁게 다가왔는지…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말씀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 순간의 침묵은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 했고, 저는 그 침묵 속에 모래알처럼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제 입 대신 형이 먼저 전했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자마자 조용히 흐느끼셨고,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우시더니
“걱정하지 말아라, 0기라서 다행이야. 괜찮을 거야.”
그 말을 계속 중얼거리시며 저를 달래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 형제에게는 더 조심스럽게

저는 외동이 아니고,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먼저 형에게 솔직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나 방광암 초기래…”
형은 검사 전부터 걱정 어린 눈빛이었지만, 진단 후 오히려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초기라 다행이다. 지금부터 치료 잘 받으면 분명 괜찮아질 수 있어.”
그 한마디가 제게는 지난한 싸움을 함께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졌습니다.

형제 간엔 종종 말수가 적지만, 이번엔 단어보다 진심이 깊었습니다.
“끝까지 같이 간다”는 의지의 표현이 담겨있었고,
그 말 덕분에 저는 한층 더 안정된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그 이후의 가족 분위기 변화

가족 모두가 이전과는 다르게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식탁 위에서는 면역력에 좋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병원 일정이나 검사 결과에 대해 매번 챙기려고 애쓰셨습니다.
주말마다 “통화하자”며 전화를 걸어주시고,
“오늘 어땠어?”라는 짧은 질문 속엔 큰 위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오히려 가족 간의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엔 바쁘고 각자의 일에 치여 소홀해졌던 말 한마디가,
지금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작은 통화 한 통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아프다고 해서 멀어진다는 걱정과 달리, 우리는 오히려 더 끈끈해졌습니다.

🫀 감정을 억누르지 마세요

처음 가족에게 알리려고 할 때는, 저도 괜히 쿨한 척 웃으며 말했다가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큰 걱정을 끼쳤습니다.
만약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무섭지만,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감정을 솔직히 나누는 것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마음을 더욱 단단히 이어주는 방법임을 깨달았습니다.

🧘‍♂️ 가족의 사랑이 곧 치료입니다

방광암이라는 진단은 분명 무겁고 두려운 단어입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나눠질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
가족이 내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라는 사실은 정말 큰 축복이었습니다.

지금도 정기검사나 내시경 결과를 기다릴 때면,
먼저 걱정하고 먼저 위로해 주는 가족의 메시지가 제게는 가장 확실한 안전망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싸움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 마무리하며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 가족에게 아직 알리지 못하고 고민 중이라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가족은 언제나 당신의 편입니다.
걱정보다는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주세요.

그 믿음 하나면, 우리 자신도 모르는 힘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당신을 지켜줄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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